건축이라는 이름의 야만성
건축이라는 이름의 야만성
옛날에는 집을 지을 때 큰 돌을 여러 줄로 묶어 팔방에서 사람들이 구령에 맞춰 들었다 놓았다 하며 땅을 다졌다(지경다지기, 달구질, 집터다지기). 그런 집이나 절이 화재가 아니고서는 지반이 내려앉지 않고 수백 년을 버티고 있다. 그런데 요즘의 건축 과정을 보면 지나치게 반 환경적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지금 현장은 바다를 매립한 지역이라서 지반이 약한 지역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높지 않은 건물을 짓기 위해 지하층 밑으로 20~30m의 파일을 박고, 그 위에 1m 정도를 철근과 콘크리트로 채운다. 인건비가 비싸져버린 요즘에야 콘크리트로 채우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안정적일 수는 있을 것이다. 지하층을 만들기 위해 파낸 흙은 실어다 버리고 건물 주변에는 나무를 심기 위해 수백대 분량의 마사토를 실어다 1m 정도 복토를 한다. 취약지반, 안전, 조경 다 중요한 것들이지만 과연 환경이라는 걸 눈곱만큼이라도 고려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중국의 자금성이나 이화원을 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의 위대함에 감탄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어떤 독재자들이 자신의 위용을 과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재물로 삼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무조건 감탄하기만은 싫었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의 건축들 또한 자본주의 논리대로 돈을 유혹하기 위해 그 위용을 뽐내느라 얼마나 많은 반 환경적 죄악을 저지르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바벨탑이 인류를 혼돈으로 몰아넣었다면 현대의 건설은 지구를 몰락으로 인도하는 첨병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