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나를 찾아서

제주 울트라 200km 출전기 - 제주도 수학여행?

늘근피터팬 2011. 3. 23. 18:08

제주 울트라 200km 출전기 - 제주도 수학여행?

  엊그제 풀코스 기록 단축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 쏟고 아직 허벅지 근육도 안 풀리고 왼쪽 장경인대 부상이 여전한데도, 32시간 안에 제주도를 한 바퀴 돌아야하는 202km의 만만치 않은 대회를 출전하면서도 크게 걱정되지 않고 오히려 수학여행 가는 학생마냥 설레기까지 한다. 이는 308km의 한반도 횡단을 한 마음의 여유도 있겠지만 25년 전의 막막하고 암울함에 비하면 정말 수학여행이나 다름없는 기분이다.

  이 다음에 꼭 ‘스물다섯살의 자서전’이라는 제목의 책을 한권 낼 생각이다. 그 주요 배경이 바로 제주도이다. 아직도 툭 털어놓고 얘기하기 힘든, 그러나 너무 소중한 나의 과거이자 지금까지도 나 자신을 지탱해주는 에너지원이다. 그땐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때 얘기를 하라면 눈물 흘리지 않고 말할 자신이 없다. 내가 직접 겪고 지나온 1년의 세월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만 얘기해도 꽤나 과장스럽게 들릴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그땐 정말 제주도에 안 갈 수도 없었고, 또 1년 동안 제주도에서 꼼짝 할 수 없는 처지였다. 유배보다도 몇 배 힘든 숙제를 안고 제주도행 비행기에 타고 있는 그때의 막막한 심정이란...... 정말이지 비행기가 영원히 멈추지 않고 지구 끝까지 날아가 버리길 빌었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의 제주도는 그야말로 가슴 들뜨게 하는 수학여행 아닌가? 바닷바람 맞으며 밤새워 25년 전의 나와 대화도 해보고, 월요일엔 과거 기억을 더듬어보며 그 때 인연들도 한번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