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대로 산다.
운전 중에 라디오를 들으려고 채널을 돌리다보면 ‘ ~~믿슙니까. 쥬께서 이르쉬기를 ~ ~ 등등’ 항상 들을 때마다 모든 이가 똑같은 억양과 톤으로 설교를 한다. 듣다보면 나는 천만금을 준다 해도 흉내도 못 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질감이 든다. 예전 혼수 관련 일을 할 때 일이다. 예비 시어머니와 신부가 같이 와서, 시어머니가 신부 뭐 하나 챙겨주자, 상담직원이 “어머 신부님은 좋으시겠어요. 이렇게 자상하신 시어머님을 만나서......”라고 하니, 그 시어머니가 바로 깍쟁이 같은 서울 말씨로“애, 들었니. 고마운 줄이나 알지 몰라.”하였다. 내가 지나치게 촌놈기질이 강해서인지 몰라도 부티 나고 교양 있는 척은 다 하면서도 야비하기 그지없는 속물들은 정말 싫다.
친구가 개인택시를 산다기에 그 비용이면 덜 위험한 포장마차를 하라고 설득했는데도 개인택시를 산 친구가 있었다. 포장마차보다는 개인택시가 자식들 보기에도 좋고 깨끗하단다. 이처럼 사람들의 생각이나 적성은 너무 다르고, 알게 모르게 적성에 맞게 산다 싶다. 이 현장에서도 보면 대체적으로 말 수 적고 유머러스하지 못하고 우직한 사람들이 하는 일 아닌가 싶다. 물론 여자라곤 거의 볼 수 없는 남자들만의 세계에서 오래 생활하다보니 굳어진 탓도 있긴 할 것이다.
이 현장에서 일을 시작하고 여러 사람에게서 ‘이런 일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느냐?’ ‘ 과거에 무슨 일을 했느냐?’ 등등의 질문을 받았다. 그럼 나는 바보처럼 허허 웃고 답변을 피하곤 했다. 누군들 왕년 없는 사람 없고, 괜찮은 과거가 있었을지언정 그 과거로 위안 받으려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모든 과거는 다 잊어버리고 또 때론 매정하게 단절도 필요하다고 본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현실에 충실한 것만이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별로 궁금해 하지도 않는 나의 과거는 다 접어두고, 그들의 얘기를 들으려는 마음에서다.
물론 그들의 질문처럼 과연 이 일이 나에게 어울리는가? 사람들과의 부대낌에 약한 내가 막말 심하고 힘들고 거친 바닥에서 포기하지 않고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이러저러한 고민들이 수시로 머리를 지배하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나는 너무너무 서민적으로만 살아서 그런지 모르지만 비록 로또 당첨이 된다 해도 럭셔리씩이나 하고 도도해지지는 못할 것 같다. 수수하고 솔직담백함이 좋다. 거기에 귀천을 가리지 않는 모험이 함께한다면 더욱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