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느껴 본 뜨거운 밤이었답니다.
얼레리 꼴레리?
맞습니다. 하룻밤에 만리장성 만큼의 대하극을 만들어 냈답니다.
누가 인생을 60부터라고 했습니까?
그야말로 온 몸을 불사르는 청춘들의 밤이었습니다.
그날 밤 그 자리엔 잠자기에는 너무 아까운 수학여행 떠난 혈기왕성한 고딩들과 눈에 뵈는 게 없는 중딩들 뿐이었답니다.
이까짓 비쯤이야. 누가 울트라광들 아니랄까봐. 그야말로 소나기도 피하지 않고, 비로 막걸리를 칵테일하고, 비에 젖은 바닥이 물침대 인 양 벌렁벌렁.... 흉도 허물도 체면도 모든 걸 내려놓고 한 판 열병들을 앓았답니다.
여러 대회 뒷풀이와 심규화 고문님 회갑 축하를 겸해 준비된 하계수련회 자리를 빛내주시기 위해 바쁜 일정들을 미뤄가며 참석해주신 회원님들께 회장님과 임원들을 대신해 감사인사 올립니다. 특히 고문님 따님들과 어울려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며 자리를 빛내주신 세분의 큰형님들, 정말정말 즐거웠고 그 적극적이고 격의 없음에 존경의 마음 올립니다.
회장님은 일요일 오전에, 인생 후반전을 위한 시험이 있으심에도 불구하고 고놈의 역할 때문에 자리에 참석하시어 회원님들 챙기시느라 밤새 잠도 못 자고 답안지에 이름이나 제대로 써 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심규화 고문님 매번 세심한 관심과 함께 풍성한 먹거리며 별장, 고맙다는 말밖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다시 한 번 회갑 축하드리며, 오래오래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달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제일 먼저 도착해 집안 청소 다 해놓으시고, ‘송사리초무침’ ‘송사리라면탕’ ‘280마넌짜리 우럭매운탕’ 등 황제들의 찬을 준비해주신 ‘임쉐프님’ 정말 맛있었고요. 아침에도 술이 덜 깬 몸으로 식구들 멕이느라 애 많이 애쓰셨습니다.
‘사모님표맛난김치’를 준비해오신 재국형님, 인쉐프님 코 빠뜨리지 않나 감시하랴, 미나리 다듬으랴 너무 바쁜 관계로다가 올핸 바위에다 엉덩이 맛사지를 못해 조금 섭하시겠습니다. 애 많이 쓰셨습니다.
경순 누님, 달리기만 잘 하시는 게 아니라 청바지 입은 뒤태가 20대였습니다. 많은 철부지들 보살피시느라 정말 애쓰셨습니다. ‘고구마순무침’을 준비하셨는데 너무 퓨전했던 관계로다가 선보이지 못하신 걸 못내 아쉬워 하셨는데, 누님 담에도 두고두고 기회 드리겠습니다.
달리기만 열심히 하시는 게 아닙니다. 500cp 자봉을 하려 하셨는데, 발가락 부상으로 병원을 가셔야 해서 못하셨습니다. 파리채 들고 걸레 들고 손수 모범을 보여주시는 큰형님, 함께 해주셔서 더욱 의미 있고 자리가 빛났습니다. 매사에 모범이신 큰형님 존경합니다. 간장 때문에 약주 한 잔도 못하신 게 아쉬웠습니다.
싸묵싸묵 드시던 술이 그날밤 그분을 황홀경으로 안내하고, 그 금지약물 덕에 반칙으로나마 주연상을 거머쥐었답니다. 마지막 엔딩장면은 아침에 제일 늦게 일어나시더니 뜀박질하러 간다고 혼자 나가셔서 도로에 엎드려(그야말로 시체놀이 하듯 쭉 뻗어)있는 모습이었답니다. 카메라를 안 들고 갔던 관계로 아까운 장면을 저와 홍규씨만 감상해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답니다. 형님 정말 멋져부러요.
점잖게 생기신 효선 형님, 고놈의 장수막걸리에 영혼을 점령당하시고 취권이 압권이었습니다. 성우 같은 목소리에 노래도 압권이었답니다. 점잖은 형님의 치부를 기록해 놨으니 저한테 잘 보이시라요.
길형 형님, 의자에 앉아 기도만 드리면서도 춤추고 노래 부르는 자리를 떠나기가 아쉬워, 들어가 주무시라해도 꿈쩍도 하지 않으시네요. 애고 그런디 하늘이 도와주질 않으시네요. 술 좀 깨고 마이크 뺏어 카수왕에 도전해보려는 찰라 소나기가 쏱아져 형님의 야망을 산산조각을 내놓네요.
옥현 누님. 여전한 말빨과 노랫빨 춤빨 그리고 치명적 미모 때문에 그 철부지 악동들 일당백으로 상대하시느라 애 많이 쓰셨어요. “그리고승이기니말조심해라새미기픈물은가말에아늬뮐세.X도안스는거시꺄불고이써.니계속꺄불면확인드러간다아.”
종만 형님, 어디 계셨시유? 벤치만 지키고 기셨는지 활약이 별로 눈에 띄질 않으시네요. 죄송혀유 한 잔도 못 따라드려서유. 그러니께 몸 사리지 마시고 그 뛰어난 물개 같은 솜씨로다가 저수지 횡단이라도 한번 허셨어야는디. 분발 좀 하셔유.
한기 형님, 도대체 몇 잔이나 드셨능교? 홍시 같은 얼굴 보니께네 혼자 다 드신 것 같데예. 그래도 울트라의 노련함이 몸에 베어서인지 얼릉 한 숨 주무시고 와서는 열창을 하시네요. 마이크가 탐나는 물건이긴 한 갑지예.
포재 형님, 노래방의 다크호스셨습니다. 옥현 누님과 듀엣으로 온 밤을 불사르며 ㄱ부터 ㅎ까지 독파하려 하셨는데, 형님 비에 젖는 건 상관없어도 노래방기기 젓는 건 무지 중요했걸랑요. 그러나 횡단은 비가 와도 계속됩니다. 멋진 한판 승부를 펼치시길....
아이고 석배 형님, 조연상이라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회장님이 준비하신 위로패에 너무 기뻤던지 하늘을 날다 못해 온 마당이 침대인 양 아무데나 벌렁벌렁 정말 가관이었답니다. 행님 아침까지 옷이 젖어있었지요. 그거 소나기가 아니고 행님이 쉬하신 겁니다.
해선 형님, 긍께머시냐.키만큰게아니라거시기도제일컷었다나어쨌다나.거물상은형님이챙겼지라우. 덕분에 두 언니들 배꼽은 물에 떠내려가 벼렸당게라우. 꺽다리 보릿대 춤도 멋있었당게요. 샌님 같은 형님 혀 꼬부라진 소리 들으니 장수막걸리 이길 장사 없나보더랑게요.
영철 형님, 역시 쌘스 짱. 아주 멋진 톡 튀어나오는 수영복 입고 나홀로 패션쇼를 벌였답니다. 앞뒤로 탱탱한 삼각수영복 말임다. 계속 노래자랑까지 밀어붙이셨어야 하는데, 물속 들어갔다 오니 얼어서 볼륨이 쪼그라드는 관계로다가 수영복을 벗어버리는 바람에 후반이 좀 약했답니다.
인석 선배님, 주선이 되고자 노력하는 주당 맞지요. 술 마시느라 하이디 얘기 들려줄 시간이 없네요. 개인적으로 푸짐한 선물 고마워요. 내 친구한테 열심히 뛰라 할께요. 저는 큰 것보다도 잔정이라도 스스럼없이 나누고 표현할 줄 알고, 또 작은 매력이라도 찾아서 칭찬해 줄 줄 아는 인석 선배 같은 사람이 너무 좋답니다. 선배 근데 저 그만 띄어줘요. 선배님들도 이미 다 한걸 제 순서가 돌아와서 당연히 해야 할 걸 하는 것 뿐이잖아요.
종철 동상. 바쁜 집안 일 중에서도 늦게나마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역시 심 고문님이 가장 믿는 부지런쟁이. 아침에도 제일 먼저 일어나 청소하고 검게 탄 솥까지 깨끗이 닦아 놓고. 고문님이 이뻐 죽겠답니다.
홍규 동상, 달리기는 물론 적극적인 참여와 붙임성까지 강남지맹의 차세대 기둥감이 아닌가 싶습니다. 새끼 원숭이답게 날렵한 몸으로 하늘과 땅에서 대단한 활약을 펼쳤답니다.
고문님이 사위 삼고 싶었던 착한 성훈 동상, 바쁜 회사 일을 끝내고 늦은 밤에 도착해 인사 나누고 계속 자리 함께 하고픈데, 고문님이 짝과 함께 편한데서 자고 오라고 쫓아 보내자 아침에 같이 뛰려고 잊지 않고 찾아오는 정성.... 동상 이쁘고 행복한 결혼생활 되시길....
회장님, 효선 형님, 영철 형님, 종철 동상, 성훈 동상 등 대부분 분들이 바쁜 개인사 중에도 참석해 주셔서 황송하리만치 기쁘고 반가웠습니다. 또 참석치 못하는 아쉬움과 함께 찬조금 만 보내주신 조임호 형님 고맙고 배우겠습니다. 그러나 오시기로 해 놓고 아무 연락도 없이 못 오신 회원님께는 많이 아쉬웠습니다. 혹시 어디쯤 오고 계시나 전화 드리고 싶어도 참석치 못하는데 무안해 할까봐 전화도 못 드렸습니다. 담에는 전화라도 꼭 주셨으면 하는 부탁을 드립니다.
스물 댓명 모이는 모임 한번 치르는데 뭐 그리 요란하냐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참 신경 쓰이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수많은 전화에 회장님과 저는 이미 요금제 통화량을 초과해버렸답니다. 그리고 이렇게 참석하신 분들을 장황하게 소개하는 데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KUMF 서울강남지맹은 이 자리에 참석하신 분들만의 모임이 아닙니다. 85분이 모두 주인인 공동체 모임입니다. 한분 한분의 참여와 호응이 아주 소중하고, 단체는 회원님들의 관심 속에서 성장한다는 얘기를 드리고 싶어서였습니다. 저도 처음 강남지맹에 들어올 때엔 별다른 소속에 대한 의무나 동료의식보다는 횡단 종단을 위한 수단 정도로 삼고자 하는 사심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권이 없는 동호인 모임에는 봉사와 참여라는 의무도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 와중에 어찌어찌하여 역할을 맡긴 했지만 아직은 실력이나 경력에 대한 핸디캡을 많이 갖고 있기에 지나치게 나서지 않고 조심하려 하면서도 이왕 맡은 역할 좀 더 적극적으로 해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한번 두번 행사를 치르면서 많은 걸 배우고 있습니다. 회장님은 위엄을 보여야 하는 아버지 역할이라면, 총무는 모자라고 철이 없는 상태로 자신보다 나이 많은 자녀들이 가득한 집안의 재취 자리로 들어왔을망정 어머니 역할을 충실히 수행코자 하는 게 임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회장님께 주제넘은 잔소리도 많이 합니다. 저도 집에서는 아들에게 돼지 같은 자식이라고 윽박지르기만 하는 꼰대 아버지의 전형이지만, 처음으로 모임의 안살림을 맡고서 어머니의 심정을 조금은 헤아려 봅니다.
그래서 하는 얘긴데요. 따로 글을 쓰면 남들이 정말로 강남지맹에 무슨 일이라도 있다고 느낄까봐 이 자리를 빌어 모든 회원님들께 당부말씀 드립니다. 몇 손가락도 안 되는 형제들끼리도 치고 박고 남남 되고 살인나는, 바람 잘 날 없는 게 세상사입니다. 하물며 넓은 지역에서 각자 다른 직업과 개성 나이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단체에서 조그마한 바람도 없을 수야 있겠습니까? 그러니 서로 좋자고 하는 의견이나 칭찬글에는 850개의 댓글이 달리길 기원하지만, 서로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글은, 당사자가 쓰기 전에 심사숙고하셔야 되겠지만, 올라오더라도 댓글을 달지 마시고 서로 묵언수행하듯 속으로 삭여보도록 노력합시다. 우리 서로 좀 더 대인이 되기 위해 노력해 봅시다. 대부분 나이 40을 넘겼기에 세상 실수 한 번 안하고 흉허물 없는 사람 없다는 걸 모두들 아실 겁니다. 그러니 혹여 서로에게 작은 감정이라도 있다면 가시를 없애고 잊은 척이라도 하면서 다시 어울리도록 노력합시다. 철천지 원수를 질 만큼 살인사건 났다는 얘기는 못 들었습니다. 이 모임은 돈도 밥도 나오지 않는 비영리 단체일 뿐입니다. 임원은 봉사직일 뿐입니다. 모두들 조금만 길고 크게 바라보며 아량을 갖도록 노력해봅시다. 각자 계속 지맹 활동을 하는 이상 역할은 돌아가며 맡는 것이고 또 의무일 것입니다.
회장님과 저희 임원들 이번 모임에서 다시 한 번 조금이라도 소외 된 분 없나 생각하며 노력해보기로 했습니다. 술 한 잔 마십시다. 그리고 발가벗고 떠들며 동네방네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면 자중합시다. 설혹 누가 조금 맘에 안 들더라도 자신의 흉허물도 되돌아보며 덮어주려 노력해봅시다. 혹여라도 큰형님들 불편하고 막내들 정 못 붙이고 불안하게 하는 일은 선배의 자격도 후배의 도리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선후배님들께 마치 무슨 일이라도 있는 양 오버해서 죄송합니다.
하계수련회 결산보고
참석 인원(존칭 생략)
조인석, 지해운, 박영철, 박원요, 심규화, 이종만, 음길형, 이한기, 김경순, 오성훈,
이재국, 이종철, 임승익, 정해선, 조효선, 김동해, 김환철, 이석배, 홍옥현, 이홍규,
임포재, 고문님 사모님과 두 따님, 성훈 색시감 총 25명
차량 및 장비 지원
김희각님 : 끝까지 참석하려 노력했지만 방학해서 학생들 면접하느라 참석치 못하고차만 보내주셔서 아쉽고 고마웠습니다.
회장님, 고문님, 임승익님, 이재국님, 정해선님이 차량 지원을 해 주셨는데, 통행료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임원들 지원은 빼고 왕복 가득 태우고 운전하신 정해선님과 김희각님 기름값만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장순동님 : 노래방 기기, 덕분에 모두들 70년대 카세트 틀어놓고 고고 추던 10대 시절로 돌아갔답니다. 또 노래 부르느라 술이 덜 팔린다고 고문님 울상이셨습니다.
찬조금 및 물품 지원(존칭 생략) : 총 1,170,000원
회장님 : 이석배님 위로패 증정.
심규화 : 삼겹살 30근, 두루치기 ?근, 우럭 5마리, 막걸리 100병.
김동해10만원, 조효선13만원, 음길형5만원, 이석배13만원, 정해선20만원, 조임호5만원
조인석, 지해운, 박영철, 박원요, 심규화, 이종만, 이한기, 김경순, 오성훈, 이재국
이종철, 임승익, 조효선, 김환철, 홍옥현, 이홍규, 임포재 각각 3만원씩
제가 아직도 낯이 두껍지 못해 동호인 모임 경비 거출하는데, 너무 매정해 보일까봐 보는데서 장부에 기록을 못해 착오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출 : 총 1,115,340원
고문님 선물비 : 400,000원(한국도자기 그릇 셋트) 참고로 이 선물은 정해선 형님과 김동해 큰형님, 조효선 큰형님께서 고문님이 많은 음식을 장만하시는데, 우리도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비용을 좀 댈테니 선물을 준비하라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나름대로 실용적인선물을 고른다고 골랐는데 잘못된 선택 아니었나 싶습니다. 선물을 받으신 고문님, 형평성에도 어긋나고 차후에 부담일 수 있다고 다시 반품하라고 역정을 내시는데, 김동해 큰형님과, 조효선 큰형님 정해선 형님이 본인들의 성의니 받아달라고 가까스로 달랬답니다.
선물운반 택시비 : 20,000원
현수막 : 51,000원
대천장 물품비용 : 311,340원
휴게소 8명 음료 : 30,000원
화환 : 100,000원 (또 하나는 원숭이 형님들이 기증하였습니다.)
김희각님기름값 : 100,000원
정해선님기름값 : 100,000원
누락 경비 : 30,000원
총잔액 : 27,660원(통장 입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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