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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노동 일기

육체는 힘들어도 마음은 편해.

육체는 힘들어도 마음은 편해.

  이번주는 계속 일산 철물점에서 박사장과 다른 동료를 새벽 6시에 만나 수원 공설운동장 근처까지 일을 다니고 있다. 그러니 항상 밤 12시가 넘어서 잠자리에 드는데, 붐비는 시간을 피해 현장에 도착하려고 아침 5시에 일어나야하니 무척 피곤하고, 1시간 넘게 걸리는 아침 운전 때엔 길이 막히면 무척 졸립기까지 하다. 그래도 현장에 도착해 일단 일을 시작하고나면 그다지 피곤한지 모르고 일을 한다.

  요즘은 나의 인생에서 그다지 많지 않았던 피동적인 생활의 시간이다. 그러나 나는 언제 어디서든 몸 좀 편하자고 눈치나 보며 적당히 떼우려하질 않고 주인의식을 갖고 행동해왔다. 그러다보니 무거운 짐들을 메고 들고 계단을 수도 없이 오르내리다보면 숨이 차고 땀으로 목욕을 하다보면 가끔 현기증이 날 정도이다. 그래도 참으로 오랫만에 정신적 평안과 마음의 여유를 맛보고 있다. 내가 마냥 놀고 있다면 왠지 모르게 쫓기는 기분이 들면서 마음의 평화를 맛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빌라 내부수리(리모델링) 모습

   일을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박사장의 얼굴은 대부분 굳은 표정으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수시로 자로 재고, 종이 쪼가리에 숫자를 적어가고...... 아마 일년 전까지 내 모습도 저와 비슷했을 것이다. 또 나란 사람이 유유자적하며 편하게 살 팔자는 아닌 듯 하니, 머지않아 다시 머리가 빠지도록 궁리하고 고민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세월을 저금한다는 기분으로 묵묵히 배우며, 즐기듯 따라 흘러가보고 싶다. 배운다는 것이 때론 돈이든 시간이든 최소한이라도 투자가 되어야지, 털도 안 뽑고 먹으려다가는 배탈나기 쉽상 아닌가? 그야말로 인쇄 '인'자도 모르면서 어느날 갑자기 인쇄를 손대야 하는 피치못할 상황이 전개되면서 얼마나 많은 수업료를 지불했던가? 아무리 급하더라도 중간역을 거치지도 않고 서울에 도착할 수는 없다.
  그러니 도 닦는 기분으로 마음조차 내려놓고 긴 호흡으로 강태공의 마음이 되어보고 싶다.


아침에 차를 몰고 가면서 본, 태풍 몰려오기 전(폭풍전야)의 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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