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막노동 일기

겉치레 문화와 건축

겉치레 문화와 건축.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은 겨울이 되면, 북쪽에 있는 아이들 방이 너무 외풍이 심해 남쪽의 큰방에서 다 함께 몰려 자는 형편이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단독주택인데도 웬 외풍이 그리 심한가? 했는데, 창틀 교체 작업을 해보니 충분히 이해가 갔다.  제작된 창틀을 끼우려면 콘크리트 벽과 창틀 사이가 조금 떠야 하는데, 창틀을 끼우고 난 다음에 틈을 꼼꼼히 메워 주지 않고 겉보기만 그럴싸하게 대충 마무리해 버리니 바람이 들어올 수밖에 없겠다 싶다.   현대식 콘크리트 건물을 짓는 형식이야 어느 나라나 비슷하겠지만, 이러한 눈에 잘 띄지 않는 마무리는 대충대충 해버리는 건 우리나라의 강한 습속으로 자주 얘기되는 '겉치레 문화'의 한 단면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교체하는 창틀(섀시)이 30cm를 육박할 정도로 폭이 넓다. 이 또한 다른 나라는 어떠한지 모르겠지만, 비싼 건물 지어놓고 공간 낭비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청문의 두께나 삼중창의 사이를 조금씩만 줄이면, 기능은 똑같으면서도 10cm 이상은 줄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어쩌면 한가한 사람 취급받을 생각을 해봤다.

 

  다음은 차인표가 추천하는 ‘영림도어’ 이야기인데, 문짝의 디자인은 기존과 다른 독창성이 느껴지긴 하였다. 그리고 재질이나 특성 같은 건 아직 모르겠지만, 작업자인 나의 입장에서 아주 거슬리는 게 하나 있었다. 문틀을 만들 때, 이동시 흠결을 예방하기 위해서 비닐을 덮어 씌워 놨는데, 문을 고정시키기 위해 덧댄 판자에도 비닐이 빙 둘러져 있어서, 칼로 일일이 오려내야 했다. 그런데 칼자국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오려내기란 너무 힘들어, 틈새에 비닐이 약간씩 보였다. 뿐만 아니라 비닐에 왠 본드를 그렇게 강한 걸 썼는지 쉽게 뜯어지질 않았다. 이 또한 모든 부분에 대한 세심함과 배려가 부족한 우리의 습성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막노동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장님의 컴퓨터 선생이 되다.  (0) 2010.12.21
내 방식대로 만들어가는 길  (0) 2010.12.21
육체는 힘들어도 마음은 편해.  (0) 2010.09.01
3D보다 힘든 인간관계  (0) 2010.08.05
막노동 그 첫날  (0) 2010.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