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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나를 찾아서

2x스물다섯살의 자서전-몸으로 쓰는 편지

'한반도횡단 308K 울트라마라톤' 출전에 앞서
(2박 3일 밤낮을 잠 안자고 강화도 서쪽 끝에서 강릉 경포대까지 308Km를 64시간 안에 완주해야하는 울트라마라톤 경기)
 
  저는 매년 5월 스승의 달이 되면 한바탕 가슴앓이를 합니다.
  존경하는 고교 은사님께 여러 번 편지를 써놓고 한 번도 부치질 못했습니다. 쉽게 찾아뵐 수 없는 머나먼 타국에 계신 것도 아닌데, 한 번도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꽤나 호기심과 모험심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 젊은 날의 유별난 행적을 지켜보신 선생님께서 ‘스물다섯살의 자서전’을 써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20대에는 선생님을 자주 뵈었는데, 저의 강한 모험심과 개성을 자랑스러워하시고 무척 예뻐해 주셨습니다. 그러다보니 멋지고 잘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벼르기만 하다가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연락한번 못 드리는 못난 놈이 되어버렸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를 먹고 보니까, 그 잘난 모습(돈 좀 벌고, 출세 좀 하는)이 뭐 그리 멋지고 자랑스러운가 싶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그 잘난 세속적 욕망에 대한 오기와 자존심이 저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내년이면 우리나이로 '2x스물다섯'이 돼버립니다. 그간 많은 우여곡절과 실패를 겪었지만 아직도 저의 도전정신과 긍정적인 사고방식은 “이제 겨우 전반전이 끝났을 뿐이야.”하고 자위하며, 세속적 욕망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선생님 정년퇴직하시기 전에 꼭 찾아뵙고 싶은데...... 선생님 찾아뵙는데, 무슨 놈의 성공이 필요하고, 조건과 절차가 필요하냐 싶으면서도, 이제와 초라하게 찾아뵙는다면, 욕망을 갈구하는 최면이 풀려버릴까 봐 두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못나고 나쁜 제자의 마음만이라도 실어, 이제 겨우 '2x스물다섯'밖에 안 되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라는 의미의 ‘308Km짜리 몸으로 쓰는 편지’를 드리고 싶습니다.

  “선생님 꼭 찾아뵙겠습니다. 그리고 죄 지은만큼 선생님의 특기이신 뺨도 맞고, 허름한 선술집에서라도 약주 따라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