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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나를 찾아서

118번째로 골인하겠습니다. - 한반도횡단 308K 울트라마라톤

118번째로 골인하겠습니다. - 한반도횡단 308K 울트라마라톤 출전에 앞서.

  나이 들면서 운동이라곤 해보질 않고 술과 담배에 절어서 살다가, 재작년 추석 지나고 달리기를 시작했으니 아직 만 2년이 못됐다. 그렇다고 성장기에 달리기를 잘하거나 운동신경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운동회 때마다 볼이 떨어져라 달려도 항상 꼴찌니 운동회가 너무너무 싫고 창피했었다.

  그랬던 사람이 갈수록 나태하고 소극적이어 지는 자신을 다잡고자 달리기를 시작하였다. 그래서 마라톤 클럽에 가입하기로 마음먹고, 몇 번 나가다 말아버리면 안될 것 같아 5km짜리 호수공원을 거의 40분 걸려 한 바퀴를 돌아보았다. 속도가 얼마나 느렸던지 그 당시 중학생이었던 아들과 같이 뛰는데, 나는 뛰고 중학생 아들은 걸어서 따라올 정도였다. 그래도 5km를 안 쉬고 뛰었다는 걸 희망 삼아, 노력하다보면 언젠가는 여섯시간이든 일곱시간이든 한번은 풀코스를 완주할 날도 있겠거니 하고 달리기를 시작했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열심히(술 마시고도 정모에 참석해 뜀박질 할 정도의 정성) 임했고, 채 2년이 되기 전에 마라톤에서 만큼은 처음엔 상상도 못했을 정도로 빠르게 다양한 경험과 좋은 성과를 얻었다. 그러다보니 지난 2년간이 무척 오래된 것처럼 길게 느껴진다. 그래서 남들이 보면 너무 조급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내 체감엔 그렇게 무리로만 느껴지질 않는다. 최근의 바쁜 일 때문에 준비를 제대로 못한 것이 걸리긴 해도, 이런 저런 핑계들일랑 뛰어넘어 꼭 완주하고 싶다. 물론 천재지변도 있을 수 있지만, 이제는 발톱 한두 개 빠지는 정도나 발에 물집이 잡혀 바늘로 찔러 물을 빼내야 하는 것 정도에 무릎 꿇을 일은 없을 거라 다짐해본다.

  아마 이번 대회에서 나보다 마라톤 경력이 짧은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기량이나 선천적으로 타고난 조건도 그리 좋은 편이 못되는 것 같다. 그러니 내 소원대로 완주를 하게 된다면, 118명 모두가 완주해야 될 것이다.

  “부디 참가자 전원이 완주하시길 기원하며, 함께하는 308km 내내 서로에게 유익한 위안과 버팀목이 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