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횡단 308Km 울트라마라톤1 - ‘너무 멋진 세상’.
지금 이 순간 너무 평화롭고 행복하다. 세상이 무지개빛깔까지는 아니어도 너무 싱그럽고 살갑고 푸근하게 느껴진다. 수십억짜리 복권이 당첨되어 하와이에 날아와 있는 것도 아니다. 금뺏지 게임에 이겨 둥근 모자 뒤집어 쓴 집에 들어와 득의만면한 거드름을 피우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전혀 변한 것 없이 이전 모습 그대로 그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고 있을 뿐이다. 아니 조금 변한 게 있다. 퉁퉁 붓고 곪아 터진 발이 터져 쏟아질 것 같아 책상위에 걸쳐놓은 희한한 자세다. 거기다 심하게 부상을 입은 왼쪽 무릎은 가만히 있어도 시리고 아프며, 걸을 땐 정말 고역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통쯤이야 이 행복이 꿈이 아닌 현실임을 알려주기 위한 작은 효과 정도로 느껴질 뿐이다.
사흘동안 물속에서 찜질을 당한 ‘영광의 발’ 대회직후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나의 달리기 별칭은 ‘나를 찾아서’ 인데, 자타가 왜 마라톤을 하느냐고 물으면 “나를 찾기 위해서”라고 말해왔었다. 비몽사몽 잠과의 전쟁을 치르고 나니, 찾고자하는 그 어떤 것이 조금은 느껴지는 기분이다. 일상의 혼돈에 묻혀 쉽게 알아볼 수 없었던 나의 실체감이 새벽안개를 뚫고 희미하게나마 다가오는 느낌이다. 억수같이 쏟아 붓는 폭우의 늪을 빠져나오니, 내가 더욱 사랑해야 할 것들이 명료해진다.
9월 17일은 쌩초자로 시작한 내 마라톤이 2돌 되는 날이다. ‘한반도횡단 308Km 울트라’ 성공을 내 두 돌 선물 삼아 자축해 본다.
항상 접해왔던 나무, 공기, 하늘이 오늘따라 더욱 싱그럽고 평화롭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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