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서 - 오산종주 산악울트라 출사표.
아마 4년 전 쯤의 얘기인 것 같다.
당시 스스로를 컨트롤하지 못하고, 오후만 되면 자리를 비워두고 기원엘 다닐 때의 일이다. ‘불-수-사-도-삼 오산종주 산악울트라’ 3회째 기사를 보고, 한번 참가해보는 게 꿈이라고 말을 했다. 그랬더니 옆에서 듣고 있던 기원 멤버 중에 한 분이 대뜸,
“자네가 오산종주를 하면, 내가 형님이라고 부른다.”고, 하시는 거다.
그분은 나보다 12~3세가 많은 분이었다. 당시 그분은 일요일마다 산엘 다녔기 때문에 짐작만으로도 오산종주 마라톤이 얼마나 힘들까 하는 건 충분히 상상 가능했으리라. 거기다 ‘운동이라곤 한 번도 하지 않을 모습으로, 자기 절제력도 없이 수시로 기원을 들락거리며 술과 담배에 젖어 있는데, 가당키나 하랴.’ 하고 얕보았을 것이다. 불과 9개월 전까지만 해도 나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저 꿈이라도 꾸면 마음만이라도 조금 더 젊어질까 정도의 실현 불가능한 꿈일 뿐이라고...... 그런데 세상사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마라톤을 시작하고 나니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나 스스로도 놀랄 만큼, 발전도 너무 빠른 발전을 했다.
앞으로 몇 시간 후면 대회가 시작된다. 비가 많이 와서 걱정인데, 대회가 취소되거나, 예기기 못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완주하리라고 믿고 있다. 그저 극소수의 남들 얘기로만 여겨지던 대회를, 내가 완주하리라고 믿는 배경은 지난 9개월 동안의 변화 발전에 있다. 마라톤 시작 6개월 만에 풀코스를 완주하고, 한 달 후엔 또 12분 이상을 앞당긴 3:39;19의 기록을 달성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지난 4~6월에 6~7회의 오산종주 대비 훈련을 구간을 나눠 실시하였다. 물론 아직은 짧은 경력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근력 부족인지, 아니면 실제로 폐활량 부족과 언덕에 약한 건지 모르겠지만 오르막은 너무 힘들다. 마라톤 때도 그렇고 산악 훈련 때도 보면, 남들보다 훨씬 힘들어하며 스피드도 현저하게 떨어지고 숨소리도 이루 말할 수 없이 거칠어진다. 그렇지만 수많은 고통과 유혹을 물리치고 풀코스를 걷지 않고 뛰어 들어온 나의 끈기를 이제는 믿고 싶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배경에는 함께 달리며 많은 조언을 해주시는 화정마라톤의 선배 동료들의 덕이 너무너무 크다.
비가 와서 미끄러울 텐데, 화정마라톤클럽과 나아가 마라톤을 사랑해 이번 ‘불수사도삼 오산종주 산악울트라’에 참가하신 모든 달림이 님 들, 사고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기쁨에 찬 완주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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