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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노동 일기

백억만 벌까?

백억만 벌까?

반백년을 살고도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나는 아직도 철이 덜 든 어린애처럼 현실감이 한참 떨어지는 사람으로 비쳐질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물론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를 이해해주는 각시 빼고는 말이다. 내 얘기를 듣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내가 처한 현실과 비교할 때 그 괴리감이 너무 크고 엉뚱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는 내 스스로 현실에 대한 불만족스러움에서 오는 자격지심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도 쉽게 철들기도 눈앞의 현실에 맘 편히 안주하기도 싫다. 이 또한 심리적 자기위안인지도 모르겠지만, 아직도 타협하기 싫은 세상 욕심과 호기심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자기 합리화일망정 대기만성하기 위해 먼 먼 길을 헤매왔다고 스스로 위로하며 용기를 잃고 싶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이 들으면 코웃음 칠 얘기 같지만 아직도 100억은 벌 수 있다는 과대망상 같은 꿈을 잃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요행이나 바라며 로또를 열심히 사 모으지도 않는다. 현재는 주식투자를 할 수 있을 만큼의 재산도 없지만 앞으로 돈이 생긴다 해도 최대한 지양하고 싶다. 이 업종이야말로 물신화의 표본인 자본주의를 대변하는 꽃이니, 이러한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치열한 노력과 대단한 용기도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모험을 좋아하는 내게도 맞을 법 하긴 하지만 여러 이유 때문에 별로 접하고 싶지 않다. 벌겋게 충혈 된 눈으로 하는 일이 아닌, 정신과 육체가 적절하게 결합된 좀 더 나만의 독특한 방법과 형식으로 멋있게 돈을 벌고 싶어 막노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막노동’은 지극히 일반적이고 흔한 일 아닌가? 맞다. “평범 속에 진리 있다.”는 말처럼,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 속에서 나의 독특한 개성을 창출해 내고 돈도 벌고 싶다. 그러기 위해 마음의 나이를 먹지 않고 긴장과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며 아직도 세상을 배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나이도 잊고 허울도 벗어 던지고 솔직하고 겸허해지려한다. 그러면서도 정신은 피폐하지 않고 조금은 낭만적이고 즐기는 마음으로 신성한 땀의 결과물 만들어내고자 한다. 이렇듯 한쪽으로만 함몰된 돈의 노예가 아니라 성취감은 물론 세상을 경험하고 삶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장으로 삼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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